카펫이 덮어버린 것들: PFAS가 '카펫 수도' 달튼을 어떻게 오염시켰나
이 기사가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다. PFAS 오염은 특정 지역의 환경 문제가 아니라, 규제 공백과 산업 이익이 충돌할 때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할 비용이 어떻게 외부화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교과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쓰이고 있다.
"저건 로고가 아니야, 과녁이야" — 한 CEO의 분노가 담지 못한 것
2000년, Shaw Industries의 CEO 밥 쇼(Bob Shaw)는 3M 임원들 앞에서 카펫 샘플을 집어 던졌다. 스카치가드(Scotchgard) 로고를 가리키며 그가 한 말은 지금도 섬뜩하다.
"저건 로고가 아니야. 과녁이야." — Bob Shaw, Shaw Industries CEO (AP/AJC 보도)
그의 분노는 이해할 만하다. 3M이 PFAS 계열 화학물질의 인체 혈액 축적 가능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수십 년간 카펫 제조업체들에게 이를 공급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Shaw Industries는 당시 이미 전 세계 최대 카펫 회사였고, 시장에 1,500만 장의 스카치가드 처리 카펫을 유통시킨 상태였다.
그런데 여기서 경제학자의 눈에 포착되는 것은 분노의 장면 자체가 아니다. 그 방을 나간 후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다. Shaw Industries와 최대 경쟁사 Mohawk Industries는 PFAS 계열 화학물질 사용을 2019년까지 계속했다. 3M의 경고로부터 무려 19년이 지난 후에야.
PFAS: '영원한 화학물질'의 경제적 논리
PFAS(과불화화합물)는 왜 그토록 오랫동안 사용됐는가. AP 원문 보도는 그 답을 간결하게 제시한다.
"고객들은 오염 방지 기능을 원했고, PFAS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었다." — AP/AJC 공동 보도
이것이 바로 경제학이 '시장 실패(market failure)'라고 부르는 구조의 핵심이다. 소비자는 얼룩이 지지 않는 카펫을 원했고, 기업은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오염의 비용은 조지아 북서부 주민들의 혈액과 식수로 전가됐다. 이 비용은 카펫 가격표에 단 한 번도 반영된 적이 없다.
경제학 교과서는 이를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라 정의한다. 그러나 달튼(Dalton)의 사례는 교과서보다 훨씬 복잡하다. 외부효과가 발생했을 때 이를 내부화시켜야 할 규제 기관이 오히려 산업 보호막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달튼의 지역 상수도 공기업은 카펫 임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어 기업들을 감독으로부터 사실상 차단했다.
이것은 규제 실패(regulatory failure)를 넘어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의 전형이다.
규제 포획이 만들어낸 PFAS 핫스팟
달튼은 '세계 카펫 수도(Carpet Capital of the World)'라는 간판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있다. 19세기 면화 공장에서 출발해 글로벌 카펫 공급 허브로 성장한 이 도시의 경제적 성공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성공의 이면에서, 수십 년간 카펫 공장들이 버린 PFAS 오염수는 조지아와 앨라배마 동부 수십만 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강 유역을 오염시켰다.
연구자들은 이 지역을 미국 내 PFAS 핫스팟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강 하류에 사는 돌리 베이커(Dolly Baker)의 사례는 이 오염이 통계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임을 상기시킨다.
"마치 담요가 나를 덮어 질식시키는 것 같아요.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그냥, 갇혀 있는 거예요." — Dolly Baker (AP/AJC 보도)
그녀의 혈중 PFAS 농도는 경이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의사들은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PFAS가 위험한 이유는 그 이름 그대로다.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 불리는 이유는 분해되는 데 수십 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올림픽 수영장 규모의 물에 한 방울도 안 되는 양으로도 식수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으며, 미국 규제 당국은 일부 PFAS에 대해 '안전한 음용 수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사가 말하지 않는 것: 이 구조는 달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서 내가 20년간 거시경제와 산업 구조를 분석해온 경험에서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 달튼의 PFAS 스캔들은 특정 지역, 특정 산업의 실패가 아니다. 이것은 산업 집적(industrial agglomeration)이 만들어내는 정치경제적 권력 구조가 어떻게 공공 보건을 희생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보편적 패턴이다.
달튼 경제에서 카펫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라. 지역 고용, 세수, 공급망 생태계 전체가 카펫 공장들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이 구조에서 지방 정부와 규제 기관이 산업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기란 체스판에서 킹을 스스로 체크메이트시키는 것과 같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수를 두는 플레이어는 거의 없다.
이것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구조다. 특정 산업이 특정 지역 경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할 때, 그 산업에 대한 규제는 언제나 '일자리 vs. 환경'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희석된다. 가비(Gabi) 로봇 경제학을 분석하면서 내가 지적했듯, 특정 기술이나 산업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순간,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반(反)성장' 담론으로 묻혀버리는 경향이 있다.
PFAS 소송이 드러낸 '비용의 사회화' 메커니즘
이번 AP/AJC/FRONTLINE 공동 조사는 수천 페이지의 법원 기록을 분석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다. 3M과 DuPont은 수십 년간 PFAS의 환경·인체 위해성을 보여주는 내부 연구를 숨겼다. 카펫 제조사들은 이를 근거로 "우리는 공급업체를 믿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Shaw Industries의 환경담당 부사장 켈리 밸루(Kellie Ballew)의 말은 이 항변의 전형을 보여준다.
"돌이켜보면 모든 게 명확하죠. 하지만 우리의 의도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Shaw는 과정 내내 선의를 가지고 있었어요." — Kellie Ballew, Shaw Industries 환경담당 부사장 (AP/AJC 보도)
'선의(good intention)'는 법적 방어 논리로는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분석의 관점에서 이 발언은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을 회피하고 있다. 3M이 1999년에 이미 PFAS의 혈액 축적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Shaw와 Mohawk에 통보했음에도, 두 회사는 왜 2019년까지 사용을 계속했는가.
답은 간단하다. 대안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대안의 비용이 오염의 비용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오염의 비용은 달튼 하류 주민들이 지불했고, 카펫 회사들은 그 비용을 장부에 기록할 필요가 없었다. 이것이 부정적 외부효과의 완벽한 작동 방식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부상한 것은 바로 이 구조에 대한 시장의 '재가격화(repricing)' 시도다. 그러나 ESG도 결국 공시(disclosure)에 의존하며, 기업이 내부 정보를 숨기는 한 시장의 재가격화는 언제나 사후적(ex post)일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적 함의: '숨겨진 부채'로서의 환경 오염
이 사건을 거시경제 렌즈로 보면, PFAS 오염은 달튼 지역 경제가 수십 년간 누적해온 숨겨진 부채(hidden liability)다. 카펫 산업이 지역 GDP에 기여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보건·환경 비용이 지금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이 청구서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식수 정화 비용, 의료비, 부동산 가치 하락, 그리고 측정하기 가장 어려운 항목인 인간의 건강 손실. 앨라배마 하류 도시들이 식수에서 PFAS를 제거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Shaw 공장 인근 강에서 영원한 화학물질이 발견됐다는 보도는 이 청구서가 주 경계를 넘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LVMH의 한국 전략을 분석할 때 내가 강조했던 것처럼, 기업의 장기적 가치는 단기 수익성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 자본(social trust capital)에 의해 결정된다. Shaw Industries와 Mohawk Industries가 지금 직면한 소송 리스크와 브랜드 손상은, 수십 년간 외부화했던 비용이 결국 내부화되는 과정이다. 시장은 느리지만, 결국 모든 것을 가격에 반영한다.
독자에게 드리는 관점 전환
이 이야기에서 독자들이 가져가야 할 시사점은 세 가지다.
첫째, 소비자 가격은 완전한 비용이 아니다. 우리가 오염 방지 카펫에 지불한 가격에는 달튼 하류 주민들의 의료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어떤 제품이든 '저렴하다'는 것은 종종 비용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둘째, 규제 포획은 규제 부재보다 더 위험하다. 규제가 없으면 적어도 그 공백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규제 기관이 피규제 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시작하면, 그 포획은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다. 달튼 상수도 공기업의 비공개 회의가 그 증거다.
셋째, 환경 오염은 장기 투자 리스크다. ESG 투자자라면, 기업이 공시하는 환경 지표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역사적 외부효과 패턴을 살펴야 한다. PFAS 소송에서 드러나듯, 수십 년 전의 결정이 오늘의 주가와 법적 리스크로 귀환한다.
글로벌 금융의 체스판에서, 환경 부채는 언제나 가장 늦게 발각되는 말이다. 그러나 체크메이트는 반드시 온다. 달튼의 카펫 공장들이 여전히 돌아가는 동안, 하류의 돌리 베이커는 자신의 혈액 속에 담긴 청구서를 몸으로 읽고 있다. 경제학이 '외부효과'라는 차가운 용어로 처리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숨이 막히는 담요라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코노
경제학과 국제금융을 전공한 20년차 경제 칼럼니스트. 글로벌 경제 흐름을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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