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한동훈 '단일화 제로' 선언 — 부산 북갑이 치르는 보이지 않는 경제적 비용
박민식과 한동훈, 두 보수 정치인이 같은 지역구에서 정면충돌하는 이 장면은 단순한 당내 갈등이 아니다. 이 사건은 정치적 분열이 어떻게 지역 경제 거버넌스를 잠식하고, 그 비용을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전가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다.
"단일화에 대해 더 이상 희망회로를 돌리지 말라" —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2026년 5월 5일 기자간담회 (SBS 뉴스)
SBS 뉴스 원문에 따르면, 박민식 전 장관은 국민의힘 부산 북갑 보궐선거 후보로 확정된 직후 한동훈 전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제로"라고 잘라 말했다. 무소속 출마를 택한 한 전 대표와 당 공천을 받은 박 전 장관이 같은 지역구에서 표를 나눠 갖는 구도가 사실상 고착된 것이다.
체스판 위의 자충수 — 박민식·한동훈 분열의 구조적 의미
글로벌 금융의 체스판에서 가장 위험한 수는 상대방이 두는 수가 아니라, 자기편끼리 기물을 겹치는 자충수다. 부산 북갑의 현재 구도가 정확히 그렇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틀간의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박민식 전 장관을 이영풍 전 KBS 기자를 제치고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절차는 정당했다. 그러나 한동훈 전 대표가 무소속 출마를 선택함으로써, 보수 진영의 표는 두 개의 그릇에 나뉘어 담기게 됐다.
선거경제학(Electoral Economics)에서 이 현상을 표 분산(Vote Splitting) 이라 부른다. 동일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공유하는 두 후보가 경쟁할 때, 단순히 표가 갈리는 것이 아니라 각 후보의 한계 득표율이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하는 비선형 효과가 발생한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내 한 표가 사표(死票)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표 의지 자체를 꺾기도 한다.
내가 부산 단일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에서 분석했듯이, 보수 진영의 내부 분열은 단순한 정치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신호 비용(Signaling Cost) 을 통해 지역 경제 거버넌스와 정책 연속성에 측정 가능한 손실을 만들어낸다. 부산 북갑이라는 무대가 달라졌을 뿐,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기사가 말하지 않는 것 — 제도적 신뢰의 복리 손실
박민식 전 장관은 "오직 북구의 힘으로 북구의 승리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수사적으로는 강렬하다. 그러나 경제적 시각에서 이 발언을 해석하면 전혀 다른 함의가 드러난다.
보궐선거는 본선거와 달리 투표율이 구조적으로 낮다. 낮은 투표율 환경에서 보수 표가 분산되면, 당선자가 확보하는 정치적 자본(Political Capital) 의 총량은 급격히 줄어든다. 당선되더라도 "아슬아슬하게 이겼다"는 낙인은 향후 지역 예산 확보, 중앙 정치와의 협상력, 지역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서 협상 레버리지를 약화시킨다.
이것이 내가 '제도적 신뢰의 복리 손실'이라 부르는 현상이다. 한 번의 선거 분열로 끝나지 않고, 그 결과가 임기 내내 정책 추진력 저하 → 지역 투자 유치 실패 → 주민 체감 경기 악화라는 연쇄 반응을 낳는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서로 다른 악보를 연주할 때, 전체 심포니가 불협화음으로 무너지는 것처럼.
부산은 현재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북항 재개발, 2030 세계박람회 후속 인프라 투자 등 수조 원 규모의 지역 경제 어젠다를 안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은 중앙 정부와의 강력한 정치적 연계를 필요로 한다. 분열된 보수 진영에서 나온 '절름발이 당선자'가 이 협상 테이블에서 얼마나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솔직히 말해 회의적이다.
장동혁 대표 변수 — 당 지도부의 개입이 만드는 또 다른 비용
박민식 전 장관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 "우리 당의 대표이기 때문에 당연히 개소식에 오시리라고 믿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당 결속의 신호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미묘한 긴장이 읽힌다.
당 대표가 특정 후보의 선거 지원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그 선거 결과는 대표 개인의 정치적 신임 투표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다. 만약 박민식 후보가 패배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부산 북갑 한 석의 문제가 아니라 장동혁 체제의 리더십 위기로 증폭될 수 있다. 이른바 정치적 위험의 전이(Risk Contagion) 다.
경제학에서 위험 전이는 금융 시스템에서 가장 파괴적인 현상 중 하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국지적 문제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간 것처럼, 지역 보궐선거의 패배가 중앙 당 지도부의 신뢰 위기로 번지는 경로는 생각보다 짧고 빠르다.
박민식·한동훈 구도에서 유권자가 읽어야 할 신호
이 선거를 지켜보는 부산 북갑 유권자, 나아가 부산 전체 시민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관점이 있다.
첫째, 후보의 '지역 경제 어젠다 실행력'을 평가하라. 단일화 여부, 당적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당선 이후 중앙 정치와 어떤 연결망을 가지고 지역 예산을 끌어올 수 있는가다. 가덕도 신공항과 북항 재개발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 집행 예산과 행정 역량의 문제다.
둘째, 분열 자체를 '정치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지 말라. 박민식과 한동훈의 갈등은 흥미로운 정치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 무대 위에서 치러지는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세금과 삶의 질로 환산된다. Elon Musk의 SEC 합의 사례에서 보듯, 제도적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때 치르는 비용은 언제나 예상을 초과한다.
셋째, 보궐선거의 '낮은 투표율 함정'을 경계하라. 보궐선거는 유권자의 관심이 낮고 투표율이 저조한 구조적 특성을 가진다. 이 환경에서 조직력 있는 소수가 결과를 좌우한다. 경제적으로 표현하면, 유권자의 무관심은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키고 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를 악화시킨다.
분열의 교향곡 — 마지막 악장은 누가 쓰는가
경제 분석가로서 나는 정치 뉴스를 볼 때 항상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 사건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박민식과 한동훈이 표를 나눠 갖는 구도에서 가장 조용히 웃고 있는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후보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의 체스판에서 최고의 전략은 때로 상대방이 스스로 무너지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부산 북갑 보수 진영의 분열은, 상대방에게 그 기회를 자발적으로 헌납하는 형국으로 보인다.
"단일화 가능성 제로"라는 박민식 전 장관의 선언은 정치적 결기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관점에서 이 선언은 지역 거버넌스 비용의 증가를 공식화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지역 경제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분열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은 기업 투자 결정을 미루게 하고, 인재 유입을 저해하며, 지역 자산 가치에 조용하지만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가한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없이 시작된 교향곡처럼 — 각 파트가 제 소리를 내더라도, 청중의 귀에 닿는 것은 결국 불협화음이다. 부산 북갑의 유권자들이 이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그 선택의 무게는 투표함 안에 조용히 쌓이고 있다.
본 분석은 공개된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경제적 관점의 칼럼입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사가 아님을 밝힙니다.
그리고 그 무게는, 유권자 개개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지역 경제의 지층 속에 남아 있다.
결론 — 분열의 비용은 항상 후불이다
20년 넘게 경제를 분석해온 사람으로서 내가 반복적으로 목격해온 패턴이 하나 있다. 정치적 결정의 비용은 즉각 청구되지 않는다. 마치 신용카드처럼, 지금 당장은 아무 일도 없는 듯 보이지만 청구서는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 청구서에는 원금 외에 이자가 붙어 있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의 보수 분열이 만들어내는 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 당일 밤 개표 방송이 끝난 뒤에도, 이 분열의 여진은 지역 예산 협상 테이블에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행정 지연 속에서, 그리고 북항 재개발 투자자들의 관망 자세 속에서 조용히 누적될 것이다.
내가 이전 분석에서 누차 강조했듯이, 제도적 신뢰가 훼손될 때 발생하는 비용은 복리처럼 쌓인다. 한 번의 선거 분열은 단순한 정치적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 거버넌스의 신뢰 자산을 조금씩 갉아먹는 만성 질환에 가깝다. 급성 심장마비처럼 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하다.
경제학에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개념이 있다. 부산이 분열된 정치 지형 속에서 잃어버리는 것은 단지 한 석의 의석이 아니다. 그것은 통합된 목소리로 중앙 정부와 협상했더라면 확보할 수 있었던 예산, 유치했을 기업, 그리고 머물렀을 인재들이다. 이 보이지 않는 손실의 총합이 바로 분열의 진짜 가격표다.
글로벌 금융의 체스판에서 가장 값비싼 수는 상대방의 강수가 아니다. 스스로 두는 실수다. 부산 보수 진영이 지금 두고 있는 수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역사는 냉정하게 기록할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비유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빌리자면 — 지휘자 없이 시작된 교향곡도 때로는 아름다운 즉흥 연주로 마무리되는 기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적이지 전략이 아니다. 부산이 필요한 것은 기적을 바라는 낭만주의가 아니라, 지역 경제의 미래를 설계하는 냉철한 현실주의다.
2026년 5월, 부산 북갑의 투표함 앞에 선 유권자들은 단순히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지역 경제 거버넌스의 방향성에 한 표를 던지는 것이다. 그 선택의 무게를 충분히 인식하고 투표장에 향하기를, 한 명의 경제 분석가로서 조심스럽게 권한다.
분열의 비용은 항상 후불이다. 그리고 그 청구서를 받아드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언제나 시민이다.
본 분석은 공개된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경제적 관점의 칼럼입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사가 아님을 밝힙니다.
이코노
경제학과 국제금융을 전공한 20년차 경제 칼럼니스트. 글로벌 경제 흐름을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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