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의 2%만 AI를 제대로 쓴다 — AI 활용률 격차가 만드는 새로운 계급
이 뉴스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AI를 잘 써야 한다"는 조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직 메타 매니저의 발언은 AI 활용률의 극단적 양극화가 이미 기업 내부의 자원 배분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구체적 신호이며, 이는 노동시장과 임금 구조에 대한 거시경제적 함의를 품고 있다.
"2%"라는 숫자가 던지는 충격
전직 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틀라시안 엔지니어링 매니저 Kun Chen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수치는 간단하지만 파괴적이다.
"When these CTOs zoom in, what they see is that in their company there is maybe 2% of people who actually figured out how to use AI very effectively." — Kun Chen, 전직 메타 엔지니어링 매니저
대부분의 기업이 AI 도입으로 얻는 생산성 향상은 고작 10~15% 수준에 그친다. Chen의 설명에 따르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나머지 98%의 엔지니어들이 AI를 "얕은 방식(shallow way)"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드 자동완성 정도에 그치거나, 검색 대신 챗봇에 질문하는 수준의 활용이 전부인 셈이다.
반면 2%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을 하고 있다. Chen은 이를 "일하는 방식의 대규모 전환(massive shift)"이라 표현했다. 특히 에이전틱 엔지니어링(agentic engineering), 즉 AI가 스스로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마스터한 소수가 압도적인 생산성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20년 전 인터넷 혁명 초기를 돌이켜보면 이 패턴은 낯설지 않다. 당시에도 HTML과 자바스크립트를 일찌감치 익힌 소수의 개발자들이 기업 내 최우선 프로젝트를 독식했고, 그 격차는 이후 수년간 임금과 커리어 경로에서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었다. AI 활용률의 양극화는 그 역사의 반복처럼 보인다 — 다만 이번에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기사가 말하지 않는 맥락 —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자원 배분 문제다
Chen의 발언에서 경제학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것이다.
"At some points the CTOs will say 'Hey why do we have these teams here.' And they will try to double down on the 2% more and more." — Kun Chen
이 문장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인 자원 재배분의 논리를 설명하고 있다. 메타, 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가 최근 수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표면적으로는 "비용 절감"이지만, 그 이면에는 AI 활용률 격차를 내부화한 인력 재편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해석이다.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면, 기업들은 지금 한계생산성(marginal productivity)이 급격히 낮아진 98%의 인력을 정리하고, 한계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높아진 2%에 자본과 프로젝트를 집중하는 최적화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생산함수 자체가 바뀌는 구조적 전환이다.
관련 보도에서도 이 맥락은 강화된다. 전직 메타 PM Xiaoyin Qu는 "AI로 무장한 3명이 1,000명짜리 회사를 이길 수 있는가"라는 논쟁을 촉발했는데, 이는 단순한 도발적 질문이 아니다. 기업 조직의 최소 유효 규모(minimum viable team size)에 대한 근본적 재정의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다.
거시경제적 함의 — 노동시장의 '교향곡'이 박자를 바꾸고 있다
내가 경제 사이클을 교향악의 악장에 비유하곤 하는 이유는, 각 악장이 전혀 다른 박자와 음색을 가지면서도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지금 노동시장은 3악장에서 4악장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있다고 본다.
1악장은 자동화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던 시기였다. 2악장은 화이트칼라 지식 노동의 일부가 AI에 의해 보조되기 시작한 단계였다. 3악장은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 — AI 활용 능력에 따른 생산성 격차의 가시화다. 그리고 4악장은 그 격차가 임금 구조와 고용 구조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단계가 될 것이다.
이 전환이 거시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기술 프리미엄(skill premium)의 성격이 바뀐다. 과거에는 특정 기술 스택(예: 자바, 파이썬)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임금 격차를 만들었다. 그러나 Chen이 지적하듯, 지금은 특정 도구에 대한 숙련도가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사고방식과 접근법"이 격차를 만든다. 이는 훨씬 더 측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이 더 느리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구조적 실업의 성격이 달라진다. 전통적인 기술 실업은 특정 직군이 통째로 사라지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같은 직군 내에서 AI 활용률에 따라 생존자와 탈락자가 나뉘는 내부 분화다. 이는 재교육 정책 설계를 훨씬 복잡하게 만든다. 어떤 직업을 가르쳐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사고방식을 훈련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AI가 연산 자원 배분까지 스스로 결정하는 시대로 나아가는 흐름을 다룬 이 분석도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한다. 기술이 자원을 배분하는 주체로 올라서는 순간, 그 기술을 제대로 다루는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 사이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빠르게 벌어질 것이다.
AI 활용률 2%의 경제적 도미노 효과
글로벌 금융 체스판에서 이 흐름이 만들어내는 도미노를 추적해보면 다음과 같은 연쇄가 보인다.
1단계 — 기업 내부 자원 재배분: 최우선 프로젝트가 2%에게 집중되고, 나머지 팀들은 "버튼 이름 바꾸기"나 "텍스트 한 줄 수정" 같은 저부가가치 작업에 머무른다. Chen의 표현을 빌리면, CTO들은 이 팀들에게 "왜 여기 있는 거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2단계 — 인력 구조조정의 가속: 이미 메타, 아마존 등이 진행 중인 구조조정은 이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5년부터 가속화된 빅테크의 레이오프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반응이 아니라, AI 활용률 격차를 내부화한 조직 최적화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3단계 — 노동 공급 과잉과 임금 하방 압력: 98%에 해당하는 엔지니어들이 시장으로 쏟아질 경우, 중급 개발자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임금에 하방 압력이 작용한다. 반면 AI를 에이전틱 수준으로 활용하는 2%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임금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4단계 — 기업 가치 재평가: 투자자 관점에서 이 흐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AI 네이티브 팀 구성 능력은 기업의 잠재적 생산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밸류에이션 모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독자를 위한 관점 전환 — "어떤 도구"가 아니라 "어떤 사고방식"
Chen의 조언 중 가장 경제학적으로 유효한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덜 기술적인 대목이다.
"We should invest time in a different mindset of continuous learning." — Kun Chen
특정 AI 도구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말라는 그의 경고는, 경제학의 특수 자본(specific capital) 대 일반 자본(general capital) 논쟁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특정 플랫폼이나 툴에 특화된 기술은 해당 도구가 쓸모없어지는 순간 가치가 증발한다. 반면 "AI와 함께 문제를 구조화하고 해결하는 사고 능력"은 도구가 바뀌어도 이전 가능한 일반 자본이다.
이는 단지 엔지니어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진, 금융 분석가, 마케터, 심지어 경제 칼럼니스트까지 — AI를 도구로 쓰는 사람과 AI와 함께 사고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는 모든 직군에서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위기를 단순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만 본 분석가들은 시스템 전체의 연결성을 놓쳤다. 지금 AI 활용률 격차를 단순히 "기술 숙련도 문제"로만 보는 시각도 비슷한 오류를 범할 위험이 있다. 이것은 노동시장, 임금 구조, 기업 조직론, 그리고 궁극적으로 소득 불평등의 새로운 축을 만들어내는 거시경제적 구조 변화다.
2%의 교훈이 98%에게 전달되려면
Chen은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커뮤니티 내의 집단적 교육과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적 함의를 가진다.
국가 수준에서 AI 활용 교육을 단순한 코딩 교육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점은 명확하다. OECD의 AI 정책 프레임워크도 AI 리터러시를 기술 숙련도가 아닌 비판적 사고 능력과 연결 짓고 있다는 점에서, Chen의 "사고방식 전환" 논지와 맥을 같이한다.
한국의 맥락에서 이 흐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삼성, 현대, LG 등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들이 AI 활용률 격차를 어떻게 내부화하느냐에 따라, 이미 노사 갈등으로 균열이 생긴 제조업 생태계에 또 다른 층위의 긴장이 추가될 수 있다. 고성과 AI 활용 인력과 그렇지 못한 인력 사이의 보상 격차가 새로운 분배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체스판의 비유를 빌리자면, 지금 우리는 AI가 말(馬)의 이동 경로를 바꾸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체스판의 규칙 자체가 조용히 재작성되고 있다. 2%는 이미 새로운 규칙을 읽고 있고, 98%는 아직 기존 규칙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그 간극이 경제적 도미노 효과로 번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코노
경제학과 국제금융을 전공한 20년차 경제 칼럼니스트. 글로벌 경제 흐름을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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