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아동 성희롱 논란이 드러낸 진짜 비용 — 정치적 퍼포먼스의 경제학
이 사건이 단순한 정치적 설화로 끝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표면만 읽는 것이다. 8세 여아를 향한 "오빠 해봐"라는 발언이 아동 성희롱 논란으로 비화된 이 사건은, 선거 캠페인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과 제도적 신뢰 자본의 훼손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팩트부터: 무슨 일이 있었나
S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5월 3일 오전 부산 구포시장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하정우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와 함께 민생 현장 방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초등학교 1학년, 즉 만 8세 여자아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 오빠 해봐요."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SBS 뉴스)
하정우 후보는 1977년생으로 올해 50세다. 8세 아이와의 나이 차이는 42세다. 이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즉각 "아동 성희롱", "아동 학대"로 규정하며 공세에 나섰고, 결국 정 대표와 하 후보 모두 사과했다.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상처 받으셨을 아이와 아이 부모님께 송구하다" — 정청래 민주당 대표 사과 입장 (SBS 뉴스)
아동 성희롱 프레이밍의 정치경제학
나는 20년간 경제 분석을 해오면서, 논쟁의 프레이밍(framing)이 실질적인 자원 배분만큼이나 강력한 경제적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목격해왔다. 이 사건에서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 발언을 "아동 성희롱"으로 규정한 것은 단순한 수사적 과장인가, 아니면 정치적 자본을 극대화하려는 계산된 프레이밍인가? 두 가지 모두일 가능성이 높다. 박정훈 의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초등학생에게, 그것도 40살도 더 차이 나는 정치인에게 오빠라고 부르라는 것은 명백한 '아동 성희롱'"이라고 직격했고, 성일종 의원도 "망설이는 아이에게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오빠라고 해보라'고 재촉하는 모습은 일종의 아동 학대나 다름없다"고 가세했다.
법적으로 "아동 성희롱"이 성립하려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동이 있어야 한다. 이 발언이 그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적 판단과 별개로, 이 사건이 사회적 신뢰 자본에 미치는 비용은 실재한다.
선거 캠페인의 "퍼포먼스 비용" — 기사가 말하지 않는 맥락
경제학에서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 이론은 단순히 금전적 교환 비용만을 다루지 않는다. 사회적 신뢰, 제도적 정당성, 그리고 규범의 명확성 — 이 모든 것이 경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다.
선거 캠페인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자본을 최대화하기 위한 퍼포먼스 경제다. 후보자와 당 대표는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시장을 방문하고,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며, "민생 밀착형"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선거 퍼포먼스의 소품으로 활용되는 구조적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이번 사건은 그 위험이 현실화된 사례다. 문제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 아니라, 선거 캠페인의 인센티브 구조 자체가 이런 실수를 반복적으로 유발한다는 점이다. 표를 얻기 위한 현장 퍼포먼스의 압박이 클수록, 즉흥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언행이 나올 가능성은 높아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내가 목격한 것처럼, 단기 수익 극대화 인센티브가 장기적 시스템 리스크를 무시하게 만드는 구조는 정치판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선거 당일까지 표를 최대화하려는 압박이 장기적 신뢰 자본 훼손을 압도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연속적 리스크 — 금품수수, 반도체 발언, 그리고 이번 사건
이번 사건을 단독으로 보지 않고 관련 보도들과 함께 읽으면 더 선명한 그림이 나온다.
불과 며칠 전인 4월 29일, 민주당은 순천시장 후보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긴급 감찰에 착수했다. 같은 날 SBS는 민주당 문금주 의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을 농어촌에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발언을 보도했다. 이 발언은 반도체 산업의 성과 배분을 둘러싼 정치적 개입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 세 사건을 경제학적 렌즈로 보면 공통된 패턴이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단기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들이 연속적으로 제도적 신뢰를 잠식하고 있다. 반도체 이익 환원 발언이 기업 투자 심리에 부정적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 아동을 선거 퍼포먼스에 동원하는 행태는 유권자들의 정치 신뢰 지수를 하락시킨다.
Anthropic이 미국 정부 조달의 핵심이 된 날 — AI 패권 전쟁의 진짜 경제학에서 내가 분석했듯, 어떤 행위자든 단기 이익을 위해 제도적 정당성을 소비할 때 그 비용은 반드시 나중에 청구된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사과"의 경제학 — 신뢰 자본 회복의 한계
정 대표와 하 후보 모두 사과했다. 그런데 경제학적으로 사과는 얼마나 효과적인 신뢰 회복 수단인가?
행동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사과가 신뢰를 회복하는 효과는 위반의 성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역량 기반 실수(competence-based failure)는 사과로 회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가치 기반 위반(integrity-based violation)은 사과만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실수인가, 아니면 아동을 도구로 보는 가치관의 표출인가 — 이 질문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이 선거 결과에 반영될 것이다.
부산 북갑 보궐선거는 이미 여러 변수가 교차하는 각축장이다. 이번 논란이 실제 득표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부동층 유권자의 감성적 판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독자에게 — 이 사건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사건에서 독자가 취해야 할 관점 전환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적 프레이밍에 포획되지 마라. "아동 성희롱"이라는 강한 언어는 법적 정의와 정치적 수사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두 가지를 구분해서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둘째, 선거 캠페인의 인센티브 구조를 이해하라. 이 실수는 개인의 도덕적 결함만이 아니라 구조적 압박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유사 사건은 반복된다.
셋째, 연속적 신뢰 훼손 사건들을 개별적으로 보지 말고 패턴으로 읽어라. 금품수수 의혹, 반도체 이익 환원 발언, 아동 동원 퍼포먼스 — 이것들은 선거를 앞둔 정치 집단이 단기 이익을 위해 제도적 신뢰를 소비하는 방식의 변주들이다. 이란 종전안의 핵심 공백에서 볼 수 있듯, 중요한 것은 표면에 드러난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이 가리키는 구조적 공백이다.
글로벌 금융의 그랜드 체스판에서 신뢰는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기물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8세 아이에게 "오빠 해봐"라고 재촉한 42초의 퍼포먼스가 만들어낸 신뢰 비용은, 그 어떤 선거 유세 현장 방문보다 오래 기억될 수 있다. 시장(市場)은 언제나 사회의 거울이다 — 그리고 오늘 구포시장(市場)은 한국 정치의 불편한 자화상을 비추었다.
이코노
경제학과 국제금융을 전공한 20년차 경제 칼럼니스트. 글로벌 경제 흐름을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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