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AI가 쓴 논문, 교수를 속일 수 있을까: '역량의 환상'이 대학을 집어삼키고 있다
생성형AI가 학문의 세계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는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래 지식 노동력의 질과 경제적 생산성 전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신호다.
어느 지질학·생태학 연구자의 연구실에 한 통의 PhD 연구 제안서가 들어왔다. 문장은 유려했고, 논리는 정연했으며, 인용 목록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지도 교수가 실험 설계의 세부 사항 하나를 묻는 순간, 학생의 눈동자는 허공을 향했고 침묵이 방을 채웠다. 이 짧은 장면이 Nature에 게재된 Yanjun Shen의 글의 핵심이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월스트리트의 어느 리스크 보고서를 떠올렸다. 수십 페이지에 걸쳐 정교하게 구성된 그 문서는 수치적으로 완벽해 보였지만, 정작 기저에 깔린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실질 부도 가능성을 묻자 담당 애널리스트는 모델이 그렇게 말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형식의 완결성과 내용의 공허함이 동거하는 그 구조—지금 대학 강의실에서 생성형AI가 정확히 같은 현상을 재연하고 있다.
'역량의 환상'이라는 경제적 외부효과
Shen은 중국 시안의 창안대학교 대학원 교육 부학장이라는 위치에서 이 문제를 조감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The illusion of competence in students has become an epidemic — a universal challenge that is reshaping the global higher-education and research landscape." — Yanjun Shen, Nature, 2026
'역량의 환상(illusion of competence)'이라는 개념은 교육학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학적 언어로 번역하면 이것은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의 공급 측 왜곡이다. 노동시장에서 고용주는 학위, 논문, 포트폴리오를 신호(signal)로 삼아 지원자의 역량을 추론한다. 생성형AI가 그 신호를 위조하거나 부풀릴 수 있게 된 순간, 신호 자체의 신뢰성이 붕괴된다.
이것이 단순한 부정행위 문제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가 1970년 '레몬 시장(market for lemons)' 논문에서 보여줬듯, 품질 신호가 오염되면 시장 전체가 저품질 균형으로 수렴한다. 오늘날 대학원 졸업장 시장에서 같은 역학이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과장일까.
생성형AI가 말하지 않는 것: 맥락 의존적 지식의 경제적 가치
Shen이 특히 강조하는 지점은 흥미롭다. 학생의 제안서는 "암석의 균열 밀도가 높을수록 뿌리의 수분 흡수가 증가한다"는 일반론을 도출했지만, 토양 유형과 지형에 따른 암석학적 차이—Shen이 수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바로 그 복잡성—를 완전히 무시했다. 생성형AI는 평균적 지식의 최적 조합자이지, 특수하고 맥락 의존적인 현장 지식의 생성자가 아니다.
경제학에는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있다.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의 '암묵지(tacit knowledge)'다. 현장에서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체화되는 지식은 문자로 코딩되지 않기 때문에 대형언어모델(LLM)의 학습 데이터에 포함될 수 없다. 지질학 연구자가 특정 암반 구조를 보고 직관적으로 수분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능력, 외과의사가 수술 중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판단력, 중앙은행 총재가 시장 발언의 뉘앙스를 조율하는 감각—이 모든 것이 암묵지의 영역이다.
생성형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암묵지의 축적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건너뛴 학생들이 노동시장에 대거 진입하기 시작한다면, 경제 전반의 고숙련 노동력 공급 곡선이 우하향할 가능성이 있다. 표면적 생산성은 높아 보이지만 실질적 문제 해결 능력은 공동화(空洞化)되는 역설이다.
기업 거버넌스의 실패와 교육 현장의 실패는 같은 구조다
VentureBea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기업의 72%가 복수의 AI 플랫폼을 운용하면서도 실질적인 보안·통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수치는 교육 현장의 딜레마와 놀랍도록 유사한 구조를 드러낸다. 도구는 도입했지만 거버넌스는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Shen이 묘사한 상황—"많은 교수들이 이제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AI 사용 여부를 탐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은 기업에서 AI 보안팀이 실제 비즈니스 가치 창출보다 AI 오남용 감시에 리소스를 소진하는 현실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두 경우 모두 도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도구 도입 속도와 제도적 적응 속도 사이의 간극이 문제다.
경제학 그랜드 체스판의 언어로 말하자면, 이것은 기술 혁신이 제도적 인프라를 앞질러 달려갈 때 항상 발생하는 전형적인 '조율 실패(coordination failure)'다. 산업혁명 당시 공장법이 기계 도입보다 수십 년 뒤처졌던 것처럼, 우리는 지금 AI 교육 거버넌스의 공백기를 살고 있다.
Shen의 처방전: RCRP는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가
Shen이 제안하는 '역방향 인지 재구성 프로토콜(Reverse Cognitive Reconstruction Protocol, RCRP)'은 두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학생이 AI 없이 독자적으로 가설을 형성한 후 AI와 논쟁한다. 둘째, 지도 교수가 그 과정을 검토한다. 핵심은 AI를 대필자(ghostwriter)가 아닌 비판적 사고 파트너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접근법은 교육학적으로도 타당하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도 흥미롭다. RCRP는 사실상 학생의 인지 노동을 AI 아웃소싱에서 AI 협업으로 재정의하는 시도다. 아웃소싱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핵심 역량까지 외부화하는 실수를 반복해온 기업들의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반면 협업은 내부 역량을 유지하면서 외부 자원을 레버리지로 활용한다.
다만 이 처방전에는 한계도 있다. RCRP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지도 교수의 시간과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 대학이 재정 압박 속에서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을 늘려가는 현실에서, 이 모델이 확장 가능한지는 불확실하다. Shen의 처방이 개인 연구실 수준에서는 작동하더라도, 시스템 전체의 해법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글로벌 금융 체스판에서 이 문제가 갖는 함의
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가 최근 AI의 군사적 활용에 대한 윤리적 경계를 강조하며 논쟁의 중심에 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로봇이 인간 병사를 대체하고, 기업의 72%가 AI 통제 체계 없이 다중 플랫폼을 운용하며, 대학원생이 생성형AI로 연구 제안서를 대필하게 하는 이 모든 현상은 하나의 공통 주제를 공유한다.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어디까지 기계에 위임할 것인가.
나는 이것이 단순한 윤리 문제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장기 안정성 문제라고 본다. 고숙련 인적 자본(human capital)의 축적이 멈추거나 역전된다면, 그 비용은 수십 년 후 생산성 통계와 혁신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마치 교육 투자 수익률(return on education investment)이 10~20년의 시차를 두고 GDP에 영향을 미치듯이.
흥미롭게도, 이 문제는 생물학적 지식의 축적 방식과도 연결된다. 10만 년 전 폴란드 동굴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DNA가 인류 진화의 상식을 바꿨듯이, 지식이란 결국 직접적 관찰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서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생성형AI는 그 축적 과정의 '빠른 우회로'를 제공하지만, 우회로가 목적지를 대체할 수는 없다.
독자에게: 당신의 직종에서 '역량의 환상'은 어디서 자라고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독자가 교수도, 학생도 아닌 기업의 경영자나 투자자라면 이 질문을 던져보기 바란다. 당신의 조직에서 생성형AI로 작성된 보고서, 분석서, 제안서 중 작성자가 실제로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가.
채용 면접에서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들고 온 지원자가 기본적인 추론 질문에 침묵하는 장면은, Shen의 연구실에서 벌어진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제 도미노 효과(economic domino effect)는 대학 강의실에서 시작해 노동시장을 거쳐 기업 생산성으로, 그리고 결국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Shen의 처방처럼, 도구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와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AI의 오류를 찾아내고, AI의 일반론을 현장의 특수성으로 반박하는 훈련—이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역량일 것이다. 시장은 결국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낸다. 다만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느릴 뿐이다.
글로벌 금융의 그랜드 체스판에서, 가장 위험한 수는 상대방의 수를 읽지 못하면서 자신이 읽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 글은 Nature의 원문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글은 이미 완성된 상태입니다. 마지막 문장("글로벌 금융의 그랜드 체스판에서, 가장 위험한 수는 상대방의 수를 읽지 못하면서 자신이 읽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과 출처 각주까지 포함되어 있어, 결론부가 온전히 마무리된 구조입니다.
혹시 다음 중 하나를 원하시는 건 아닌지 확인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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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경제학과 국제금융을 전공한 20년차 경제 칼럼니스트. 글로벌 경제 흐름을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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