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이진 연산자로 모든 초등함수를? 수학의 '압축'이 AI 칩 설계에 던지는 질문
수학의 기초 구조가 예상보다 훨씬 단순할 수 있다는 발견은, 단순한 학문적 흥미를 넘어 AI 연산 아키텍처와 반도체 설계의 경제학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신호다. 특히 이진 연산자(binary operator) 하나로 모든 초등함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조 원의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AI 칩 설계 경쟁의 전제를 다시 묻는다.
논문이 말하는 것: 하나의 이진 연산자로 모든 것을
arXiv에 게재된 논문 All elementary functions from a single binary operator는 제목 자체가 도발적이다. 지수함수,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 수학에서 '초등함수(elementary functions)'라고 부르는 모든 함수들이 단 하나의 이진 연산자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수학 교육과 연산 이론에서는 덧셈, 곱셈, 지수 연산 등 여러 기본 연산이 각기 독립적인 '원자 단위'로 취급되어 왔다. 그런데 이 논문은 그 원자들이 사실 하나의 더 근원적인 연산으로 통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논문의 원문 본문이 현재 arXiv 로딩 상태로 인해 세부 수식까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Hacker News 커뮤니티에서 이 논문이 주목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같은 시기 Hacker News에는 "Is Math Big or Small?"이라는 글도 함께 유통되었는데, 수학의 '크기'와 '범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기술 커뮤니티에서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이진 연산자의 단순화가 AI 하드웨어에 갖는 함의
금융 칼럼니스트의 시각에서 이 논문이 흥미로운 이유는 순수 수학적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다. 핵심은 연산 복잡도의 압축이 하드웨어 비용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AI 연산을 위한 GPU와 NPU(신경망처리장치) 설계는 행렬 곱셈, 비선형 활성화 함수(ReLU, GELU, Softmax 등), 지수 연산 등 다양한 연산 유닛을 병렬로 탑재하는 구조다. NVIDIA의 H100, AMD의 MI300,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태계 전체가 이 '다양한 연산의 병렬 처리'라는 전제 위에 설계되어 있다.
만약 이진 연산자 하나로 모든 초등함수를 구현할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 가능성이 열린다:
- 트랜지스터 집적도 최적화: 다양한 연산 유닛 대신 단일 연산 유닛의 반복 배치로 칩 면적을 줄일 수 있다
- 전력 효율 개선: 연산 유닛의 종류가 줄어들면 스위칭 전력 소모 패턴이 단순화된다
- 컴파일러 최적화 단순화: AI 모델을 하드웨어에 매핑하는 소프트웨어 스택이 근본적으로 단순해질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수학적 가능성의 영역이며, 실제 실리콘 구현까지는 수많은 공학적 장벽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론적 압축 가능성의 발견은 10년 단위의 설계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한 전례가 있다. 1990년대 RISC 아키텍처의 부상이 바로 그 사례다.
월스트리트가 주목하는 'AI 숨겨진 수혜주'와의 연결고리
같은 날 유통된 관련 보도 중 "1 Artificial Intelligence (AI) Stock Wall Street Loves That Most Investors Haven't Heard Of"(Globe and Mail)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월스트리트가 일반 투자자들이 모르는 AI 수혜주에 주목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이는 AI 투자 담론이 NVIDIA·Microsoft 같은 대형주 중심에서 연산 기초 인프라 및 알고리즘 최적화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학적 연산 구조의 단순화가 실용화된다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영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
- 기존 칩 설계 기업의 리스크: 복잡한 연산 유닛 다양성을 강점으로 삼아온 기업들은 설계 패러다임 전환 시 기존 IP(지식재산권)의 가치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 컴파일러·소프트웨어 스택 기업의 기회: 새로운 연산 기초 위에서 AI 모델을 최적화하는 소프트웨어 레이어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
다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경고를 덧붙여야 한다. 수학적 가능성과 시장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존재한다.
논문이 제시하는 이진 연산자의 이론적 완전성은 '구현 가능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학적으로 단순한 구조가 반드시 공학적으로 효율적인 것은 아니며, 실제 반도체 설계에서는 지연 시간(latency), 열 발산(thermal dissipation), 수율(yield) 등 이론이 포착하지 못하는 변수들이 상업적 성패를 결정한다. 따라서 이 논문을 근거로 특정 기업의 주가 방향성을 예단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함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어디에 서 있는가
이 맥락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포지셔닝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메모리 공급자로서의 역할에 집중되어 있다. HBM3E, LPDDR5X 등 고대역폭 메모리 제품군이 NVIDIA의 H100·H200, AMD의 MI300X 등에 탑재되면서 한국 메모리 기업들은 AI 붐의 직접적 수혜를 누려왔다.
그런데 만약 연산 구조의 단순화가 실제로 진행된다면, 이는 메모리 수요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연산 밀도 변화: 단일 연산자 반복 구조는 현재와 다른 메모리 접근 패턴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HBM의 대역폭 설계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온-칩 메모리 비중 변화: 연산 유닛이 단순화될수록 칩 내부에 더 많은 SRAM을 배치할 여지가 생길 수 있고, 이는 외부 HBM 수요를 일부 대체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 파운드리 경쟁 구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TSMC와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데, 설계 패러다임 전환은 기존 공정 기술 우위를 재편하는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시나리오는 해당 수학적 발견이 실리콘 위에서 실용화된다는 전제 하에서만 성립한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의 지도를 그리는 단계이지,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설형문자(雪球) 커뮤니티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설형문자(雪球·Xueqiu) 커뮤니티에서 AI 반도체 관련 논의를 살펴보면, 중국 투자자들의 시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 흐름은 화웨이 어센드(Ascend) 칩 및 캠브리콘(寒武纪) 중심의 국산화 서사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NVIDIA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중국 A주 시장의 AI 반도체 관련 종목들은 '국산 대체'라는 내러티브로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 맥락에서 연산 구조의 단순화는 오히려 중국에게 유리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기존 NVIDIA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생태계(CUDA)의 우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흐름은 보다 냉정한 시각으로, 수학 논문 하나가 반도체 산업 구조를 바꾸기까지의 시간 지평을 강조하는 논의다. 설형문자의 일부 전문 투자자들은 "기초 연구에서 상용화까지 최소 10~15년"이라는 역사적 선례를 들며 단기 테마 플레이에 대한 경계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합리적인 판단이다.
결론: 수학의 발견이 시장에 도달하는 속도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기초 수학의 발견이 자본시장에 가격으로 반영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가?
역사는 두 가지 상반된 답을 제시한다.
하나는 과대평가의 함정이다.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 프로토콜의 이론적 가능성은 수익 모델이 검증되기도 전에 시장에 선반영되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다른 하나는 과소평가의 함정이다.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는 2017년 구글 논문 발표 당시 학계의 관심을 받았지만, 그것이 ChatGPT라는 형태로 자본시장을 뒤흔들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 5년 동안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 변화를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진 연산자 논문이 어느 경로를 따를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초 연구의 방향을 추적하는 것은 시장 동향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인텔리전스 레이어임은 분명하다. 월스트리트가 '숨겨진 AI 수
財经老李 (라오리)
홍콩 기반 금융 칼럼니스트. Xueqiu 커뮤니티 분석과 중국 경제정책 해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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