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랠리, 과연 지속 가능한가: 하버드 교수가 삼성·SK하이닉스에 던진 질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주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하버드 경제학자의 경고는 이 상승세가 얼마나 단단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냉정하게 되묻는다. 지금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투자자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가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랠리의 근거는 "실수요"다—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코리아타임스 원문 기사에 따르면, 하버드대 경제학과 존 캠벨(John Campbell)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이 AI 모델 개발사들의 "미래 수익 기대"와는 다른 성격임을 먼저 인정했다.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장이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중요하다. 2026년 현재 엔비디아의 H100·B200 가속기 수요는 여전히 공급을 앞서고 있고, 그 병목은 결국 HBM으로 귀결된다. SK하이닉스가 HBM3E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구조적 이유가 여기 있다. 삼성전자도 HBM4 양산 일정을 앞당기며 추격 중이다. 즉, 지금의 AI 반도체 랠리는 단순한 테마주 열풍이 아니라 실물 수요가 뒷받침하는 사이클이다.
그러나 캠벨 교수는 바로 그 지점에서 경고를 꺼낸다.
"역사적으로 현재 이익 대비 높은 주가는 이후 낮은 수익률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폭락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지금 가격이라면 1년 전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대해야 한다." — John Campbell, Harvard University (Korea Times, 2026-05-10)
그가 언급한 것은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CAPE(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 지표다. CAPE는 단기 이익 변동성을 평활화해 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데 쓰인다.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가 대중화한 이 지표는 현재 S&P 500 기준으로도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국 반도체 대형주의 밸류에이션 역시 이 맥락에서 자유롭지 않다.
AI 반도체는 왜 "구글·아마존의 길"을 걷기 어려운가
캠벨 교수의 핵심 논지는 AI 산업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 과거 빅테크 플랫폼—구글의 검색, 아마존의 이커머스, 메타의 소셜미디어—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굳혔다. 한번 락인(lock-in)된 사용자는 쉽게 이탈하지 않았고, 그것이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했다.
그런데 AI 모델 시장은 다르다.
"경쟁 모델들이 존재하고, 이들 사이를 전환하는 것이 매우 쉬워 보인다." — John Campbell (Korea Times, 2026-05-10)
실제로 OpenAI GPT-4o, 구글 제미나이, 앤트로픽 클로드, 메타 라마4는 성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 API 전환 비용은 낮고, 오픈소스 모델의 부상은 스위칭 비용을 더욱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 구조에서는 AI 반도체 수요를 창출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모델 자체보다 훨씬 강한 협상력을 유지하게 된다.
여기서 삼성·SK하이닉스에 직결되는 리스크가 파생된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인프라 지출을 줄이기로 결정하는 순간, 지금의 HBM 수요는 급격히 꺾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이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조정한다는 신호만 나와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즉각 반응한다. 2022~2023년 다운사이클이 그 선례다.
지정학이 만든 기회—그러나 이것도 양날의 검
캠벨 교수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유리한 요인도 짚었다.
"한국 기업들은 그 기회를 활용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 John Campbell (Korea Times, 2026-05-10)
대만 집중 리스크를 줄이려는 국가·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가 삼성·SK하이닉스에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TSMC의 대만 지정학적 위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국 파운드리·메모리 공급망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 맥락은 한국의 조선업·방산 동맹이 단순한 산업 계약을 넘어서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한국은 반도체뿐 아니라 다양한 전략 산업에서 지정학적 재편의 수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프리미엄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미중 관계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거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특정 세그먼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순간 이 프리미엄은 빠르게 희석될 수 있다.
캠벨 교수도 중국 제조업체들의 생산량 증가가 특히 저가 메모리 세그먼트에서 경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CXMT(창신메모리) 등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DDR5와 LPDDR5 양산 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고부가 HBM 시장은 당장 위협받지 않더라도,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 압력은 전체 업황에 영향을 준다.
기사가 말하지 않는 맥락: "AI 반도체의 다음 병목"
이 기사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은 지점이 있다. 현재의 AI 반도체 사이클은 단순히 "HBM 수요 폭증 → 삼성·SK하이닉스 수혜"라는 선형 구조가 아니다. 다음 세대 경쟁의 축이 이미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패키징 기술이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 블랙웰 아키텍처는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 패키징 용량에 의존하는데, 이 공정은 TSMC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여기서 중요해지지만, 현재 삼성 파운드리는 수율 문제로 고객 신뢰 회복이 진행 중이다.
둘째, 2D 소재 기반 차세대 반도체의 등장이 기존 스케일링 한계를 돌파하는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원자 간극 0.14nm가 반도체 산업의 판을 바꾸는 구조를 보면, 기술 전환의 속도가 기존 업체들에게 반드시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현재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려면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니라 소재·공정 혁신에서도 선두를 유지해야 한다.
셋째, AI 반도체 수요의 질적 변화다. 지금까지는 훈련(Training) 중심의 수요가 HBM을 끌어올렸다면, 앞으로는 추론(Inference) 최적화 수요가 커진다. 추론 칩은 훈련용 GPU와 메모리 구성이 다르다. 이 전환이 빨라질수록 HBM 집약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현재 HBM 프리미엄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 시스템 비판: 전세 리스크와 AI 편향의 연결고리
기사의 후반부는 캠벨 교수의 저서 Fixed(2025, Tarun Ramadorai 공저)를 다루며 전혀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맥락이다. 복잡한 금융 상품이 일반 소비자를 불리하게 만든다는 논지다.
그가 한국의 전세 제도를 직접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일반 사람들이 아파트를 임차하려 할 때, 그들은 신용 위험을 평가하는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 John Campbell (Korea Times, 2026-05-10)
전세는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대규모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는 구조다. 2023~2024년 전세 사기 피해가 수만 건에 달한 것은 이 구조적 취약성이 현실화된 사례다. 캠벨 교수의 시각에서 전세는 임대와 신용이 불투명하게 결합된 "번들 상품"이며, 정보 비대칭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AI 금융 조언에 대한 그의 경계심도 시장 참여자들이 귀 기울일 대목이다.
"AI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가 진짜 문제다." — John Campbell (Korea Times, 2026-05-10)
기존 금융 기관의 이해관계로 형성된 데이터로 훈련된 AI가 소비자에게 진정으로 최선의 조언을 줄 수 있는지, 아니면 기존 편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지는 핀테크 산업 전체가 직면한 질문이다. 한국의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생태계가 성숙해가는 시점에서 이 경고는 특히 유효하다.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가 가져야 할 시각
캠벨 교수의 분석을 종합하면, 지금 한국 AI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적절한 시각은 다음 세 가지 층위로 구분된다.
단기(1~2년):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이 유효한 한 HBM 수요는 견조하다. 지정학적 공급망 다변화 수요도 한국 기업에 유리하다. 그러나 CAPE 기반 밸류에이션 경고는 이미 높은 기대치가 가격에 반영됐음을 의미한다.
중기(3~5년):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 추론 중심 수요로의 전환,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 여부가 핵심 변수다. "AI 반도체 수혜"라는 단일 내러티브로 투자 판단을 내리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구조적 관점: 삼성·SK하이닉스가 단순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캠벨이 말한 "특허로 보호된 변혁적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가 장기 밸류에이션의 진짜 근거다. HBM 기술 우위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이 아니다.
2026년 5월 현재, 글로벌 AI 반도체 사이클은 여전히 상승 궤도에 있다. 그러나 하버드 교수가 던진 질문—"기술적 약속을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가"—은 주가 차트가 아니라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이 나오기 전까지, 지금의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Alex Kim
Former financial wire reporter covering Asia-Pacific tech and finance. Now an independent columnist bridging East and West perspec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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