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왜 청년들의 목소리는 아직 정책 테이블에 없는가
인공지능이 누구의 미래를 가장 급격하게 바꾸는지 물으면, 답은 명확하다. 지금 학교에 다니거나 막 사회에 진입한 세대다. 그런데 정작 AI 거버넌스와 정책 논의에서 그 세대의 목소리는 구조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Il Sole 24 ORE의 보도가 짚은 "청년들이 AI 논의에 발언권을 원한다"는 신호는, 기술 거버넌스의 민주성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인공지능 경쟁의 축이 바뀌고 있다 — 그리고 청년은 그 전장의 한가운데 있다
2026년 4월 현재, AI 산업의 무게중심은 매일경제가 보도한 대로 "모델에서 파워(권력)로" 이동하고 있다.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는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진짜 싸움은 그 모델을 누가 통제하고, 누가 배포 조건을 결정하며, 누가 규제 프레임을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 권력 이동에서 청년 세대는 이중적 위치에 있다. 한편으로는 AI의 가장 직접적인 수혜자이자 피해자다. 교육 방식, 취업 시장, 창작 환경, 사회적 관계 — 이 모든 것이 인공지능으로 재편되는 속도가 가장 빠른 영역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재편을 결정하는 테이블에는 거의 앉지 못하고 있다.
Mouser Electronics의 최신 보고서가 "인공지능이 일상 기술과 경험을 어떻게 형성하는가"를 탐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는 이미 스마트홈, 헬스케어 웨어러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게임 NPC에 이르기까지 일상 전반에 침투해 있다. OpenAI와 Google DeepMind가 주도하는 AI NPC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openPR.com의 보도는 이 침투의 속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발언권"이란 무엇인가 — 참여의 구조 문제
Il Sole 24 ORE의 보도가 흥미로운 이유는 청년들이 단순히 "AI를 더 많이 쓰고 싶다"거나 "AI가 무섭다"는 감정적 반응을 넘어서, 정책 결정 과정에 구조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맥락에서 이 보도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유럽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구체적인 AI 규제 프레임워크를 운영 중이다. EU AI Act는 2024년 발효되어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이 법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교육과 채용 — 청년 세대의 삶과 가장 밀접한 두 영역이다.
그런데 EU AI Act 입법 과정에서 청년 단체나 학생 집단이 공식 이해관계자로 참여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주요 로비 주체는 빅테크 기업, 전통 산업 연합, 시민자유 단체였다. 청년 세대는 가장 많은 영향을 받지만, 가장 적게 협의된 집단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서 본 청년 AI 거버넌스의 공백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오래 취재한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는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아시아에서 더 첨예하다.
한국의 경우, 인공지능 기본법이 2025년 제정되어 2026년 현재 시행 초기 단계에 있다. 그러나 법안 심의 과정에서 청년 세대의 조직적 참여는 거의 없었다. 일본의 AI 전략 2025도 마찬가지다. 산업계와 학계 중심의 협의 구조에서 청년 집단은 '미래 사용자'로만 호명될 뿐, 설계자로는 초대받지 못했다.
중국은 다른 의미에서 흥미롭다. 청년층의 AI 활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거버넌스 참여는 제도적으로 다른 채널을 통한다. 인도는 반대 방향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 청년 인구가 가장 많고 AI 스타트업 생태계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디지털 격차로 인해 '발언권을 원하는 청년'과 '인터넷 접근조차 어려운 청년' 사이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크다.
AI 거버넌스가 말하지 않는 것: 청년 배제의 구조적 이유
청년들이 AI 정책 논의에서 배제되는 데는 몇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 기사가 직접 다루지 않는 맥락이다.
첫째, 시간 지평의 불일치. AI 정책 입안자들은 대개 24년의 선거 주기나 예산 주기에 맞춰 사고한다. 반면 오늘의 20대가 가장 크게 영향받을 AI의 효과는 1030년 후에 본격화된다. 이 시간 지평의 불일치는 청년의 이해관계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나는 구조를 만든다.
둘째, 제도적 접근성의 부재. 로비와 정책 참여는 조직력과 자원을 요구한다. 빅테크 기업은 브뤼셀, 워싱턴, 서울, 도쿄에 전문 로비스트를 배치하고 있다. 청년 집단은 그런 인프라가 없다.
셋째, 전문성 프레이밍의 문제. AI 정책 논의는 기술적 전문성을 전제로 프레이밍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AI 규제를 논하겠냐"는 암묵적 압력이 존재한다. 그러나 AI의 사회적 영향을 가장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은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그 기술과 매일 부딪히는 사람들이다.
AI 경쟁의 권력 이동과 청년 세대의 교차점
매일경제가 짚은 "AI 경쟁의 축이 모델에서 파워로"라는 분석은 청년 거버넌스 문제와 직결된다. 파워 — 즉 배포 결정권, 규제 설계권, 데이터 접근권 — 가 소수의 기업과 정부 기관에 집중될수록, 청년 세대가 그 파워 구조에 개입할 여지는 좁아진다.
이는 단순한 세대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교육과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자. 인공지능 기반 채용 스크리닝 시스템은 이미 글로벌 기업의 상당수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어떤 편향을 내재하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걸러내는지 — 이 결정에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청년 구직자들은 대부분 그 알고리즘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결과를 받아들인다.
AI 클라우드 인프라가 "어떻게 통신할지"를 결정하는 프로토콜 수준에서도 유사한 권력 구조가 작동한다. AI 클라우드, 이제 "어떻게 통신할지"를 결정한다 — 그 프로토콜은 당신이 정했는가?에서 다룬 것처럼, 기술 스택의 하부 구조를 누가 설계하느냐는 그 위에서 작동하는 모든 서비스의 성격을 규정한다. 청년 세대가 이 하부 구조 설계에 참여하지 못하면, 그들은 영원히 그 구조의 수동적 소비자로 남는다.
실질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세 가지 조건
청년들의 AI 거버넌스 참여를 단순한 당위론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어떤 구조적 조건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1. 참여의 제도화. 청년 대표를 AI 정책 자문 기구에 공식 포함시키는 것이 출발점이다. 핀란드는 이미 청소년 의회(Nuorten parlamentti) 모델을 통해 정책 참여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AI 특화 버전의 청년 자문단 모델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2. 전문성 프레임의 재정의. AI 정책 논의에서 "전문성"의 범위를 기술 지식에서 경험 지식으로 확장해야 한다. 알고리즘 채용 시스템을 통과한 경험, AI 생성 콘텐츠로 가득한 피드 속에서 정보를 판별하는 일상 — 이것도 유효한 전문성이다.
3.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의 정책화. 청년들이 AI 거버넌스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려면 기본적인 데이터 리터러시와 AI 윤리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코딩 교육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AI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보다 "AI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어떻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가"를 가르치는 것이다.
청년의 발언권 요구가 신호하는 것
Il Sole 24 ORE의 보도가 단순한 세대론적 관심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아시아-태평양 시장 맥락과 글로벌 AI 권력 이동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의미가 드러난다.
청년들이 AI 정책 참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AI 거버넌스가 더 이상 기술 전문가와 정책 엘리트만의 영역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신호다. 이는 동시에 AI 기업들에게도 경고다 — 사용자가 가장 많은 세대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조직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공지능이 모델 경쟁에서 권력 경쟁으로 이동하는 지금, 그 권력을 누가 견제하고 누가 설계에 참여할지의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청년들이 "발언권을 원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구조 변화의 압력이다. 그 압력을 무시하는 정책과 기업은, 가장 큰 사용자 집단을 소외시키는 리스크를 스스로 키우고 있는 셈이다.
Alex Kim
Former financial wire reporter covering Asia-Pacific tech and finance. Now an independent columnist bridging East and West perspec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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